[제3회 도동문학작품상 수상작] 學生府君神位 — 송일호
English version is being prepared. Showing the original Korean text.
윤 노인은 돌같이 좀처럼 몸을 움직일 것 같지가 않다.
툇마루에 걸터앉은 윤 노인의 모습은 마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바로 그것이었다. 틀리는 것이 있다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아래쪽을 보고 있고, 윤 노인은 사립문 왼쪽에 높이 서 있는 감나무를 보고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후드득—
잎사귀와 잔가지를 뚫고 땡감 떨어지는 소리가 또 들린다.
지난해에도 감나무는 많은 열매를 맺었으나 가을 수확기를 넘기지 못하고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올해에도 계속 떨어지는 것을 보니 나무가 햇빛을 보지 못해 망해가고 있다. 수령 80년이 가까워 오는 감나무는 울창하게 자라고 또 자라 전성기 때는 열 접이 넘게 수확을 했다. 아들네 집에는 물론 먼 친척, 사돈네 집까지 보내주고 인심을 샀다. 지난해는 겨우 한 접 가까이 수확했을 뿐이다.
후드득—
떨어진 땡감이 마당을 지나 윤 노인 발아래까지 굴러와서 멈췄다. 그때야 윤 노인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뜰 아래로 발자국을 내디뎠다. 윤 노인은 감나무 왼쪽에 있는 3층짜리 높은 양옥집에 시선을 모았다. 저 3층짜리 현대식 고급주택이 들어서고부터 상대적으로 낮게 엎드린 윤 노인의 슬레이트집이 더욱 초라하게 보였다. 박 정권 때 새마을운동 바람에 초가를 허물고 슬레이트집으로 변신한 것이 아직 그대로이다.
윤 노인 아버님은 사립문 왼쪽에는 감나무를, 오른쪽에는 살구나무를 심어 놓았다. 살구나무는 수명을 다해 지금은 망하고 없지만 실과가 귀한 그 시절 보릿고개 때 큰 먹을거리가 되었다.
“빌어먹을 퉤……”
윤 노인은 가래침을 모아 3층 양옥집을 향해 크게 내뱉었다. 저놈의 집이 들어서고부터 감나무는 시들시들 망해가기 시작했다. 햇빛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조권인가 뭔가가 항의를 해 보니 나무하고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아들에게 이 억울함을 호소해도 이렇다 저렇다 아직 아무 연락이 없다. 우리 아들이 저놈의 집 새끼보다 공부를 못했단 말인가? 인물이 없단 말인가? 힘이 없단 말인가? 우리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아들은 일등을 놓친 일이 없다. 신동이 났다고 이 고을에서는 소문이 쫙 퍼졌다. 모두가 훌륭하고 크게 될 놈이라고 해서 논밭을 팔아 살림이 거덜나도 아깝지 않게 공부시켰다. 그 아들은 지금 교수가 되어 있다.
윤 노인은 교수라는 것이 도대체 어느 정도 높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교수님, 교수님”
님 자가 붙는 것을 보니 엉터리는 아닐 것 같고 그렇다고 돈 많은 사장님이나 권력 있는 정치가의 모습은 아니었다. 휑한 몰골에 꾀죄죄한 옷차림하며 신발은 언제 닦았는지 먼지투성이고 축 처진 어깨에 어기적어기적 걷는 모습이 바람이 불면 넘어질 것 같이, 대수술을 받고 나온 환자같이, 영 힘이 없어 보였다.
교수 자리가 높은 자리라면 몰골이 저럴 수가 없다. 교수 자리가 높은 자리라면 옆에 가방을 든 비서라도 따라다닐 법도 한데 그런 것은 전혀 본 적이 없다.
윤 노인이 3층집 아들보다 출세를 못했다는 것을 작년 하늘나라로 간 할미의 장례 때 알았다. 비슷한 시기에 3층집 영감도 상처를 했다. 3층집 문상객은 파리가 앉으면 미끄러워 뒷다리가 찢어질 정도로 면경 알같이 반짝반짝 윤이 나는 까만 승용차들이 줄을 이었다. 대문 밖까지 조화로 뒤덮였다. 시장이며 군수며 국회의원까지 높은 사람은 다 다녀갔다. 조의금이 뭉칫돈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윤 노인의 문상객은 3층집에 비해서 초라하기 짝이 없다. 시장 군수도 다녀간 일이 없고 조화도 그 집에 비해 형편없었다. 문상객도 3층집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내 아들이 3층집 아들보다 못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럴 리가 없는데……”
도대체 교수라는 자리가 어느 정도 높은 것인지 윤 노인에게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3층집 영감은 한때 윤 노인 집 꼴머슴이었다. 그 영감의 애비는 파평 윤 씨 집안의 묘지기였다. 그 꼴머슴 아들이 저렇게 출세할 줄은 정말 몰랐다.
세상이 바뀌어도 이렇게 바뀔 수가 없다. 윤 노인은 서울서 공부하는 아들 학자금에 전 재산을 다 털어 넣었다. 소까지 팔아넣고 이제는 더 팔 것이 없었다. 있다면 논도 아니고 밭도 아닌 아무짝에도 쓰지 못하는 황무지와 다를 바 없는 하천부지 벌판이 하나 있었다. 아무도 살 사람이 없었다. 꼴머슴에게 빌다시피 간청을 해서 헐값에 팔아 한해 등록금을 겨우 때울 수 있었다.
이것이 꼴머슴 집안에 오늘이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5.16이 나고 재건 국민운동이 벌어지고, 새마을 운동이 벌집 쑤셔놓듯 하더니 고속도로가 생기고 보릿고개가 사라질 무렵, 식생활개선이 오기 시작했다. 국수니 라면이니 면 종류가 불티나기 시작하자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허허벌판 황무지에 하늘을 찌를 듯한 버드나무가 여기저기 서 있었다. 까치집이나 제공해 주는 이 버드나무가 비싼 값에 팔려나갔다. 버드나무를 팔아 벌써 땅값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는 것이다.
80년대부터 서서히 건축 붐이 일기 시작하더니 쓸모없는 이 하천부지에 트럭들이 꼬리를 이었다. 자갈을 실어 나르는 트럭이었다. 자갈을 팔고 나더니 이제는 모래를 팔기 시작했다.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때부터 꼴머슴이 옛 주인 알기를 우습게 알기 시작했다.
수양산 그늘이 관동 80리를 간다는데 은혜를 모르다니, 부아가 치밀었다. 세상 인심은 야박하기 짝이 없다.
동리 사람들이 꼴머슴 주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윤 노인은 자위를 했다.
“묘지기 주제에, 꼴머슴 주제에, 돈만 있으면 다야, 그 땅이 누구 땅이었는데, 내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이렇게 자위를 했다. 그런데 윤 노인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 땅을 10억인가 20억인가 아파트 건축업자에게 팔았다는 것이다. 거짓말 같은 참말이었다.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었다.
꼴머슴이 헌집을 허물고 3층짜리 최고급 전원주택으로 변신한 것이 이때였다. 이 3층집에는 윤 노인 집 쪽으로 창문이 여러 개 나 있다. 초라한 윤 노인의 사생활이 면경알 같이 훤히 드러났다. 이 창문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더운 여름에 목물도 할 수 없고 웃옷도 벗을 수 없다. 창문을 열어놓고 아이들이
“할아버지 얼레리꼴레리—”
하고 놀린 일이 있다. 화가 난 윤 노인은 떨어진 땡감으로 아이들 눈알을 퍼렇게 먹칠해 놓고 유리창문을 박살낸 일이 있다. 어릴 때부터 윤 노인의 돌팔매질은 새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정확했다. 그 실력이 여지없이 발휘된 것이다.
두 집이 대판싸움이 일어난 것은 당연하다. 아들, 며느리, 손자, 가정부, 운전기사 떼거리로 몰려와 항의했다. 늙은 부부가 그들의 고약한 입을 당해낼 수가 없다. 윤 노인의 땡감 공격이 총알같이 쏟아졌다. 그들은 물러나고 지워지지 않는 감 칠에 옷을 버려 놓았으니 물어내라고 매번 지랄들을 하더니 요사이는 잠잠하다. 그날 이후 창문은 좀처럼 열려지지 않았다.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윤 노인의 하천부지에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건물이 올라가더니 지금은 아파트 신도시가 되어 사람들이 개미새끼같이 모여들고 밤만 되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허참……”
윤 노인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세상이 바뀌어도 이렇게 바뀔 수가 없다. 이것은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자 윤 노인은 원망이 아들에게 돌아갔다.
그 땅만 가만히 놓아 두었다면 꼴머슴에게 비할 수가 있을까? 그 땅만 그냥 두었으면 우리 집이 이렇게 망조가 들 수 있을까? 그 땅만 가만히 놓아 두었으면 자자손손 아무 걱정 없이 큰소리치며 먹고 살 수 있을 것인데, 쥐었다 놓친 금덩이였다.
아들 공부시킨 것을 이렇게 후회해 본 일도 없다. 아들 공부만 시켜놓으면 세상이 원하는 대로 다 될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죽은 자식 자지 만지기로 후회해 본들 가슴만 아프다.
까만 승용차가 스르르 3층집 앞에 멈춰서니까 자동으로 대문이 열리고 자동차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 집 아들이 돌아온 모양이다. 개가 컹컹 짖어대고 있다. 송아지만한 개 두 마리가 그 집을 지키고 있다. 개가 짖어댈 때마다 윤 노인의 잡종 개는 오금을 못 폈다. 주인이 힘이 없으니까 개까지 힘이 없다.
까만 승용차가 들어오면 윤 노인은 외출을 삼가했다. 혹시 꼴머슴과 얼굴이 마주치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자동차 크락숑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예의 그 반짝반짝 윤이 나는 까만 승용차였다. 뒷좌석에는 꼴머슴 영감이 타고 있었다. 부아가 치밀었지만 참았다. 한번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까만 승용차가 소리 없이 멈춰서더니 꼴머슴 영감이 목을 내밀었다. 어디 가는지 타라는 것이다. 윤 노인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아니꼽기 그지없다.
“호랑이는 굶어죽어도 풀은 먹지 않는 법이여. 내가 서 있는 이 땅이 누구 땅인데, 내 땅이었어 내 땅.”
발을 굴리며 역정을 부렸다. 윤 노인이 그토록 꼴머슴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또 있었다.
기초의원인가 지방자치 군의원인가를 뽑을 때였다. 꼴머슴 영감 아들이 출마를 했다. 파평 윤 씨 집안에서도 출마를 했다. 우습게 생각했다. 제까짓게 배운 것이 있어, 동민, 면민을 위해서 한 것이 있어, 아주 우습게 생각했다. 그런데 면민들 눈알이 거꾸로 박혔는지 돈에 환장을 했는지 13표 차이로 꼴머슴 아들이 당선되었다. 파평 윤 씨 집안 코가 납작해졌다. 뼈대 있는 윤 씨 집안에서 묘지기 아들 꼴머슴 아들에게 지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당선축하 잔치가 벌어졌다. 꼴머슴 영감이 너울너울 춤을 추면서 계속 무엇이라 입놀림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학생은 면했다. 학생은 면했다.”
계속 학생은 면했다고 부르짖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사 지낼 때 혼백 모셔 놓은 지방에 벼슬한 사람은 군수(郡守)니 참봉(參奉)이니 벼슬을 적어 놓지만 벼슬을 해본 일이 없는 서민은 학생부군신위(學生府君神位) 이렇게 적어 놓는다. 군의원이 어떤 벼슬자리인지 모르지만 학생(學生)을 면한 것은 틀림없다.
선거바람에 꼴머슴 아들이 연해 김 씨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연해 김 씨라면 윗대부터 혼인도 하지 않는 원수지간이다. 16대 영자(漢字) 할아버지는 좌의정 벼슬을 한 세도 있는 가문이었지만 정승벼슬을 한 연해 김 씨 여소가 모함을 해 벼슬을 버리고 낙향한 것이 연해 김 씨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동시 지방선거 때 또 붙었다. 윤 노인은 파평 윤 씨 가문의 명예를 걸고 맹렬히 선거 운동을 했다. 결과는 6표 차이로 또 지고 말았다.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었다.
재검표를 강력히 들고 일어난 사람은 윤 노인이었다. 틀림없이 뒤집혀질 줄 알았다. 결과는 무효표 한 표가 꼴머슴 아들 쪽으로 가고 표 차이는 7표 차이로 늘어났다. 거기다 꼴머슴 아들은 군 의회 의장까지 되었다.
윤 노인은 이곳에 살기가 싫어졌다. 한때 아들네 집에 가 있었지만 아파트란 것이 감옥살이같이 살 곳이 못 되었다. 며느리에게 눈칫밥도 싫었다.
할 수 없이 이곳에 다시 왔다. 내가 먼저 죽어야 하는데 할망구가 먼저 죽었다. 여자는 혼자 살 수 있지만 남자는 혼자 살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밥이며, 반찬이며, 빨래며, 불편하기 그지없다. 딸과 며느리가 번갈아가며 뒷바라지를 해주고 있지만 할미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아들, 딸네 집에 번갈아 나들이를 하지만 평생 살아온 이 집만 못했다.
할미와는 평생 부부싸움 한번 한 일이 없다. 금슬이 좋아서가 아니라 전형적인 현모양처인 할미는 말이 없고 무조건 순종하기 때문에 싸울 일이 없다. 한때 바람도 피워보고 헛돈도 축내 본 일이 있지만 할미는 일체 말이 없었다.
할미가 죽고 나자 평소 잘 해 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다. 쓸쓸하기 그지없다. 윤 노인은 서당에서 한학은 많이 했지만 학교에는 문 앞에도 가 본 일이 없다.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었다. 못 배운 한을 아들에게 풀었지만 돈이 계급장이 되어 세상이 온통 돈 세상이니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 수가 없다. 못 배운 꼴머슴 집안은 함께 모여 저렇게 잘살고 있다.
이번 전국동시 지방선거 때 세상이 요동쳐도 윤 노인은 꼼짝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윤 씨 집안에서 이번에는 아무도 출마하지 않았다. 꼴머슴 아들과 대적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 당선에 의장까지 했으니 꼴머슴 아들에게 완전히 KO되고 말았다.
이번에도 투표하나마나 꼴머슴 아들이 당선되고도 남는다. 왜냐하면 당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 공천만 받으면 100% 당선되고도 남는다. 각 지역마다 그 지역 공천만 받으면 작대기를 꽂아 놓아도 당선되기 때문에 투표할 필요가 없다. 출마자는 공천 받는데 노력하지 지역을 위해서 일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 꼴이 요 모양 요 꼴이 됐다.”
윤 노인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정치에는 문을 닫았다.
세상천지가 개벽을 했다.
윤 노인의 자갈밭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아파트로 바뀌고 자동차 행렬이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온갖 먹을거리 식당들이 줄을 이었다. 먹을 것이 없어 초근목피로 연명한 보릿고개를 지금 아이들은 모른다. 거지도 임금이 못 먹어본 별별 음식을 다 먹어 보고 있다. 좋은 세상이다. 밤이 되면 네온사인 불빛이 개미가 지나가도 훤히 보일 정도로 밝다. 없는 것이 없다. 천지가 개벽을 한 것이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돈 세상이다. 윤 노인은 돈이 최고라는 것을 알았다. 꼴머슴 손자들은 일찍부터 개인과외를 하더니 벌써 외국 유학을 보냈다고 한다. 우리 손자가 저놈의 손자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집안에는 없는 것이 없다. 목욕시설 하나 제대로 없는 윤 노인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스위치만 누르면 항시 찬물과 더운 물이 나오고, 안마기가 팔다리 등을 시원하게 두드려 준다고 한다.
지난 명절 때도 3층집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수없이 들락날락했다. 선물 꾸러미가 수북이 쌓였다. 꼴머슴이 대감이나 쓰는 탕건을 쓰고 세배를 받는다고 했다.
“쌍놈이 탕건을 써? 양반 쌍놈이 따로 없다. 돈이 양반이다.”
윤 노인은 또 부아가 치밀었다.
윤 노인 집에는 술 한 병 들고 오는 놈이 없었다. 남들은 별로 배운 것도 없는데 잘 살고 출세도 많이 한다. 내 아들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도대체 내 아들이 어느 정도 높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은 아버님 제삿날이다. 아들이 틀림없이 오게 되어 있다. 오늘 오면 기어이 확인하고 말겠다고 윤 노인은 벼르고 있다. 적어도 꼴머슴 아들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확신을 했다. 그러나 윤 노인은 이내 고개가 옆으로 그어졌다. 의원이라면 몰라도 의장으로 한 칸 올라갔기 때문이다.
윤 노인은 아침부터 툇마루에 걸터앉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모습을 하고 아들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올 때가 되었는데……”
아직 아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동네 입구 외길 쪽을 보고 있다. 이번에는 며느리를 원망했다. 시애미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며느리가 빨랑빨랑 와서 제사 준비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